180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판소리 사설 ‘박흥보가’(신재효 개작, 흥부전)에 나오는 흥부는 가난하지만 ’자식 부자’였다. 슬하에 아들만 스물다섯을 뒀다. 제비 다리를 고쳐준 착한 흥부 이야기 뒤 한국인에게 오랫동안 각인된 숨겨진 메시지가 있다. 가난한데도 무책임하게 자꾸 애만 낳는다거나 자녀를 많이 출산해 가난하다는 서사다.
베스트셀러는 사회적 현상이라 한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가벼운 책이 아닌데도 한국에서 200만권 넘게 팔렸다. 정작 미국에서 팔린 건 10만권 남짓이라 한다. 그 시절 우리 사회가 공정과 정의에 목말랐음을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한단에 875원이면 합리적” 발언이 큰 파문을 불러온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